[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 영화를 어떻게 봐달라고 하는 건 내 역할이 아니다. 나는 내 일을 하는 것이고, 연기가 끝나면 미션이 끝난 것" 배우 윤여정이 자신이 출연한 '결혼 피로연'의 매력을 묻자 전한 대답이다. 기자 간담회에 나온 대부분의 질문에 "그걸 어떻게 대답하나", "질문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하던 윤여정은 작품에 대한 홍보는 자기 일이 아니라며 오히려 질문자에게 면박을 주기까지 했다. 솔직함에 기대 무례하기만 한 윤여정이다.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비프홀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결혼 피로연'(감독 앤드루 안)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앤드루 안 감독, 배우 윤여정, 한기찬이 참석했다.
![배우 윤여정이 19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결혼 피로연' 야외무대인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412d9c49d1b8e.jpg)
'결혼 피로연'은 두 동성 커플의 가짜 결혼 계획에 눈치 100단 K-할머니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예측불가 코미디로, 윤여정의 할리우드 두 번째 작품이다. 이안 감독의 영화를 원작으로 32년 만에 리메이크 됐다.
윤여정은 동성애자인 손자 민(한기찬)을 품는 할머니 자영 역을 맡아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가족을 온기로 감싸안는 특별한 'K-할머니'를 보여준다.
이날 윤여정은 "처음에는 엄마로 들어왔다. 한기찬이 20대더라. 엄마는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에 감독에게 나는 할머니를 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결혼 피로연'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그는 "독립영화는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상업 영화, TV 시리즈와 달리 같이 만든다. 하나를 꼽을 수는 없지만 서로가 아는 한국인,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첫 작품인 '화녀'로 여우주연상을 탔는데 26살이었다. 온 세상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라며 "상은 운이고 누가 저에게 기대를 하겠나. 제 일을 할 뿐이다"라고 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똑같은 역할을 반복적으로 하는 건 피한다"라고 했다. 그는 "65살 이후엔 내 마음대로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감독이 마음에 들면 하고, 돈을 많이 준다고 하면 돈을 위해서 하고"라며 "제가 교포 감독과 시작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라서 일을 하는 것이 신통하고 대견스럽다. 제가 한 파트를 할 수 있다면 도와주자는 마음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엄마는 아이를 똑바로 교육하려는 의무감으로 야단치는 경우가 있는데 할머니가 되면 굉장히 너그러워진다"라며 "멀리서 바라보면서 건강하게 잘만 커달라고 한다. 이런 평소의 생각이 연기에도 묻어날 거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윤여정의 설명과는 달리 그에게선 '너그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연기를 할 때 계획을 하는 사람은 못 된다"라고 강조한 윤여정은 "영화와 연기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조금은 추상적일 수 있는 질문에 거듭 되묻더니 "연기는 일로 하는 거고 영화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말을 하나"라며 "이런 질문에는 답을 잘 못 한다.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질문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이 뭐였나"라고 되묻던 윤여정은 마지막 인사 시간에 작품에 대한 매력을 전해달라는 부산국제영화제 측의 요청에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내 일은 연기고, 내 일을 했으면 미션은 끝난 거다. 이 영화를 어떻게 봐달라고 하는 건 내 역할이 아니다"라며 "나는 전형적인 사람이 아니라 전형적인 질문만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질문한 사람을 저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내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영화는 남의 인생 얘기다. 즐겁게 보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여정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무대인사 행사에 길이 막힌다는 이유로 12분 정도 지각했다. 무대인사는 질의응답 15분, 포토타임 5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윤여정은 자신을 기다려준 관객에게 어떠한 사과의 말도 하지 않았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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