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중훈이 이번엔 작가로 돌아왔다. 배우 인생 40년을 돌아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후회하지마'라는 책 속에 담아냈다. 반성은 하되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던 박중훈도 나이가 들어 보니 후회되는 일이 많았다는 고백이 인상적. 그래서 더욱 MZ세대들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며 유쾌한 웃음을 전한 박중훈이다.
4일 오후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 컨퍼런스룸에서 박중훈 에세이 '후회하지마'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후회하지마'는 지난 40년간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80~90년대 충무로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했던 박중훈이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는 삶의 모토를 지니고 스크린 최고 배우에서 '국민 배우'로 불리기까지의 애환과 환희, 그리고 감사를 솔직하게 담아놓은 에세이다.
이날 박중훈은 작가가 된 것에 대해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작가님에게 쑥스럽다"라며 "책을 썼으니까 작가라는 말이 맞겠지만 평생 살면서 한 권 이상 쓰겠나.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판사에서 작가님이라고 부르면 딴 곳을 봤다"라며 "배우, 영화감독 호칭을 써서 작가라는 말이 쑥스럽긴 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자신감이 낮고 자책도 많이 한다. 저에 대한 칭찬이 인색하다"라며 "책 쓰기 전보다 자존감이 올라가고 스스로 밝아졌다. 그런 점에서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또 "신기하고 모든 것이 새롭다. 설레고 행복 도파민이 나오는 느낌"이라고 하면서도 "부끄럽기도 하다. 연기를 오래 했기 때문에 연기 혹평도 익숙한데 글을 쓸 때는 본인을 숨길 수가 없다. 좋은 의미와 부끄러운 마음이 섞여 있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박중훈이 글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에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었다고. 그는 "1500자를 쓰는데 일주일 내내 생각을 하게 되더라"라며 "30대 중반 2년을 치열하게 내 생각에 대해 생각했던 경험이 큰 도움을 주더라. 이번엔 9만 자 정도의 방대한 양을 썼다. 힘들지만 쓰면서 생각도 많이 정리됐다"라고 회상했다.

박중훈이 출간을 결심한 건 차인표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는 "배우의 직업 특징 중 하나가 기록된다는 것이다. 글도 인쇄가 되어 수천 년 뒤에도 볼 수 있다. 부담된다. 그래서 처음엔 거절했다"라며 "차인표 씨와 같은 곳에서 운동하는데 밥을 먹다가 책 얘기를 했다. 집요하게 권유를 하더라. 써봐야 하나 하다가 쓰게 됐다"라고 말했다.
박중훈은 대관령 기슭에서 집필 작업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용평리조트에 집이 있다. 40년 됐다. 그런데 그건 좀 그래서 대관령이라고 썼는데 출판사에서 기슭을 넣어서 사색하는 것처럼 해줬다"라며 "그 집이 단지 내에서도 산 바로 밑에 있다. 사람이 워낙 없는 곳이라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다. 배부른 소리일지 몰라도, 저는 익명성이 부럽다. 아무도 의식 안 하고 지내고 싶고 시나리오 쓸 때 가는 장소다. 거기서 썼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저는 조그만 소리만 나와도 집중을 못 하겠더라. 그곳에서 유체이탈 경험도 했다"라며 "제가 영화에 나오면 많이 소개하고 당당한데 펜과 종이 하나로 제 이야기를 썼다.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또 하나는 알려지는 것이 쑥스럽고 부끄럽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박중훈은 '후회하지마'라는 제목을 정한 것에 대해 "호기롭게 멋있게 살려고, 20대에 많이 썼던 말이다"라며 "'반성은 교훈을 얻고 미래지향적인 생각이고 후회는 지나간 잘못에 울고 있는 과거 집착적인 비굴한 태도다. 내 인생에 후회는 없다. 반성만 하고 살자'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멋지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후회되는 것이 너무 많다. 그때 후회까지 했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라며 "하늘에서 소원 하나 주신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후회될 일을 안하거나 사과하거나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저는 성격이 욱했다. 피가 끓어서 20대에는 거칠었다. 나에게 시비를 걸거나 하면 그러려니 하고 못 본 척도 해야 하는데 일일이 응징하고 다녔다. 한 마디도 안 졌다"라며 "지나고 생각하니 부끄럽더라. 화가 나거나 감정이 올라갈 때 3 정도 표현해도 다 알아들었을 텐데 3000 정도 표현했다. 감정의 수위 조절을 못 했다는 것이 가장 후회가 된다. 분노조절장애는 아니지만 부드럽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싶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성기, 장동건의 성품이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안성기 선배님은 온화한 미소를 가지고 있고 아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분이다. 겸손하다"라며 "장동건 배우는 아주 젠틀하고 상대 배려가 높다. 두 사람이 참고만 있는 것도 아니다. 마법사들이다. 자기감정을 다 드러내는데 하나도 흥분하지 않고 납득이 되게 드러낸다. 부럽다"라고 밝혔다.
건강 악화로 투병 중인 안성기의 근황도 언급이 됐다. 박중훈은 "건강이 상당히 안 좋으시다. 제가 얼굴을 뵌 지 일 년이 넘었다. 개인적으로 문자, 통화할 상황이 안 된다. 가족들과 근황을 여쭤보고 있는데, 굉장히 슬프다"라며 "저와는 40년 동안 영화 네 편을 같이 한 존경하는 선배님이자 스승님이고 친구고 아버지 같은 마음이 드는 분이다. 인격적, 배우로서 정말 존경하는 분이다. 많이 슬프다"라고 전했다.
박중훈은 에세이에 1994년 대마초 사건으로 수감 생활을 한 것도 담아냈다. 그는 "자기 이야기를 할 때 스스로 용비어천가만 쓰면 오히려 믿음이 안 갈 것 같다"라며 "추악한 부분까지 낱낱이 꺼낼 필요는 없지만 그 사건이 굉장히 큰일이어서 소회를 밝히는 것도 책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어서 얘기한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래도 그렇지만 제가 지나온 과거는 결국 제 것이다. 잘했던 일이든, 못했던 일이든 제가 했던 일이라 지금 잘 회고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시멘트가 콘크리트가 될 때 100%면 부러진다. 자갈과 모래가 섞여야 한다"라며 "완벽한 사람이 있나. 실수 안 하는 사람 없다. 그런 실수를 어떻게 이겨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그 실수가 자갈과 모래가 되어 콘크리트가 되어가는 것 같다. 제 실수도 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지난 삶을 돌아보던 그는 "너무 바쁘게 살았다. 아이가 96년생이다. 4살 정도 됐을 때 저에게 "아빠, 우리 집에 또 놀러와"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재일교포라서 저를 만나 처음 한국말을 했다. 지금은 잘한다. 아기를 키울 때는 모국어로 하다 보니, 아이가 서너 살까지 일본말만 했다. 아내가 통역을 해줬다"라며 "'아빠, 우리 집에 또 놀러와"라는 말을 심지어 일본말로 했다. 내가 아무리 바빴지만 조금 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비면 '가정에 가서 가장 노릇을 해야지'가 아니라 '놀아야지'하며 친구와 술 마셨던 것 같다. 가족과 함께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지난날의 아쉬움을 떠올렸다.

연기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30년 정도 배우로, 10년 정도 영화감독으로 살았다"라며 "배우는 소속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유연할 텐데 감독하니까 배우를 끊었다. 감독을 하는 것에 대해 예의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니 배우를 하면서 감독 내공을 쌓으며 병행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10년 이상 연기를 못하다 보니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가 막힌 연기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진짜 마음에 있는 연기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연기 의지를 다졌다. 또 그는 "제 인생에 행운이 많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두 번 따 본 선수 같다. 지금은 또 올림픽 도전하겠다고 예선하려고 선수촌에 들어가는 마음"이라며 "이대로 배우 인생이 끝나도 크게 아쉬움은 남겠지만 한은 없다. 한이 있다면 욕먹어야 한다. 세 번째 금메달 따겠다고 하지만, 첫 번째보다 더 열심히 할 거다. 훨씬 더 진심을 가지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누가 배우라는 직업이 멋있다고 하더라. '인생을 한번 멋지게 살아보는 것 아니냐. 그게 얼마나 근사한 일이냐'고 하더라"라며 "인물이 아니라 인생을 멋있게 표현한다는 것이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체가 멋있는 일인 것 같다"라고 배우로서의 자부심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중훈은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는데, '사랑하는 젊은이에게'라는 제목인 것 같다. 그 당시 기준으로 대통령의 꿈을 못 이룬, 런던에서 썼던 책을 20대에 읽었다. 마치 나에게 따뜻하게 얘기를 건네는 듯한 위로를 받았다. 의지를 가졌던 기억이 난다"라며 "이 책이 MZ 세대라고 하는 2030세대에게 꼭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쓴 책이다. 제 자식에게도, 2030세대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40년차 영화배우인 박중훈은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칠수와 만수', '아스팔트 위의 동키호테' 이후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게임의 법칙', '마누라 죽이기' 등을 통해 흥행배우이자 충무로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투캅스' 1, 2로 한국 최고의 코믹 영화배우로 이미지를 굳혔다.
이후 '꼬리치는 남자', '돈을 갖고 튀어라', '깡패수업', '할렐루야',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황산벌', '라디오 스타' 등 50여 편 가까운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 안성기와 함께 국민 배우로 불려왔다. 2013년 '톱스타'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2018년 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이후 연기 활동을 쉬고 있다. 2004년과 2021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