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토록 강렬한 악인 한명회라니. '왕사남'이 흥행하면 할수록 유지태가 연기한 한명회를 향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은 캐릭터이자 연기였다고 할 수 있다. 유지태 역시 새로운 한명회를 만들 수 있는 도전의 기회라 생각하고 더 치열하게 연구하고 표현해냈다고 한다. 특히 유해진과 박지훈의 관계성이 더 애틋하게 보이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연기했다고 밝히며 단종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박지훈의 배우 마인드와 열정, 태도를 극찬했다.
지난 4일 개봉된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유해진과 박지훈, 전미도, 유지태, 김민, 안재홍, 이준혁, 박지환 등이 출연했다.
![배우 유지태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c4e48a86ea8fc4.jpg)
관록의 배우 유해진과 단종 그 자체가 된 박지훈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가슴 아픈 서사 속 신들린 열연을 펼쳐 극찬을 얻고 있다. 이에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5일 만에 100만, 12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설 연휴에 폭발적인 관객 지지를 받으며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유지태는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한명회를 맡아 이홍위(박지훈 분)에 맞서는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한명회는 조선 왕실의 적장자였던 이홍위를 내쫓고 수양대군을 왕좌에 앉힌 일등공신으로, 당대 왕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인물로 통한다. 이홍위를 위시하던 자들을 모두 제거하고, 그를 강원도 산골 마을로 유배 보내며 혼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유배지 광천골에서 눈빛부터 달라진 이홍위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를 예의주시한다.
유지태는 그간의 대중 매체와는 다른 이미지의 한명회를 구현하기 위해 걸음걸이, 시선, 외형까지 연구하며 압도적인 무게감과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새로운 한명회를 완성했다. 다음은 유지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오랜만에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됐는데 어떤가?
"반응이 너무 좋아서 기쁘다. 좋은 배우들, 대세 아이돌인 그 친구(박지훈)를 비롯해 휴머니티가 좋은 감독님이다. 이번 영화가 잘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저는 악의 축을 담당했다. 비중이 크지 않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제가 해야 할 것을 성실히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시사 후에 관객 반응이 올라오는 것 보고 안심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좋아해 준다는 생각에 감사하다."
![배우 유지태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5e8bd69687539f.jpg)
- 이번 한명회는 기존과는 다른 얼굴과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한명회가 실존 인물이라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단순한 악역의 느낌보다는 책략가로서의 아우라가 남달랐다.
"실존 인물인 한명회도 있지만 영화 속에서 어떻게 그려졌는지가 중요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정치적인 이슈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실 인물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는데 저의 한명회는 '왕사남'의 한명회다. 영화 스토리 라인에서 한명회가 해야 하는 지점이 무엇인가가 중요했다. 감독님이 이 실존 일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한 거다. 감독님은 기존의 한명회와는 다른 새로운 한명회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도전의 기회, 재창조의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배우가 새로운 것을 만나기 어려울 수 있다. 저는 '꾼', '돈', '사바하', '올드보이' 등 악역을 많이 했다. 중심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새로움을 어떻게 줄 수 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좋은 제작진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 세조가 등장하지 않는데, 세조가 필요 없는 한명회를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권력을 드러내기 좋은 역할이다. 어떻게 해석했나?
"실존 인물인 한명회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에 집중했다. 그는 아마도 왕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신분 때문에 되지 못했던 영역을 마음 깊이 사모하고 있었던 것 같다. 왕이 되지 못할지언정 왕과 같은 위엄과 권력을 행사하고 싶었을 거라 생각했다. 더 카리스마 있고, 감정의 측면을 다양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내가 왕이라면?'이라고 했을 때, 평민이나 하인들에게 어떻게 얘기했을까. 인자하게, 자신이 왕인 것처럼 말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집중했다. 악인을 그릴 때 어떻게 보면 생존하기 위한 에너지가 존경스러울 정도로 치열하지 않았을까. 그 에너지가 모여서 훨씬 더 악인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 분량이 많지 않지만 존재감을 준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어땠나?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한명회가 극의 전반에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하는 것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단종을 폐위시키고 달포를 견디지 못할 거라고 한다. 상황을 다 파악하고 계산된 작업이다. 그러다 의외의 변수를 마주한 거다. 그래서 불안해하는데, 중간중간 그가 보이는 눈빛이나 행동에서 읽히는 연기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장면이 많이 안 나와도 존재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본을 볼 때도 그 에너지가 분명히 느껴졌다. 한명회가 중심축이고, 그 척추가 잘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 박지훈 배우가 첫 대면부터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그래서 눈을 못 보겠다고 했다고 하던데, 그때 어떤 에너지를 주려고 했나?
"저는 연기할 때 캐릭터를 품는다고 얘기한다. 캐릭터를 빌드업 시켜나가면 대사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가 흘러나온다고 생각한다. 그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연기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생각이 읽히고, 표현하지 않아도 서브 텍스트가 느껴지는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
- 유지태 배우의 착한 눈꼬리가 쭉 올라가 있다. 이 설정은 어떻게 잡게 됐나?
"제가 '황진이'라는 사극을 했을 때도 강력한 역할이었다. 제가 처진 눈이고 순둥한 얼굴인데, '황진이'를 찍을 때 올려봤다. 이번에 감독님이 보시고 이렇게 하자고 했다. 몸도 몸이지만 의상, 분장이 참 많이 도와줬다. 빌드업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
- 장항준 감독의 디렉션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
"인자하게 할수록, 왕인 척하면 할수록 더 얄밉고 위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좀 더 강력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곤장 신에서 발을 뜯는 건 감독님의 디렉션이다. 연기는 감독님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만약 제 연기가 좋으면 감독님 몫인 거다."

- 한명회가 강할수록, 박지훈의 단종이 더 처연하고 불쌍해지는 지점이 있다. 박지훈 배우는 어떤 배우라고 느꼈나?
"처음 들어가기 전에 "이 영화는 너(단종)의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다. 지훈 배우는 단종을 그리기에 좋은 도화지를 가졌다. 배우가 그런 영화를 만나기 어렵다. 이 사람이 빛나는 시기에 빛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건 큰 행운이다. 저도 그 시기에 '동감'을 만났다. 타이밍이다. 좋은 작품을 만났고, 좋은 시절이 될 거라 생각했고 결과도 잘 나왔다. 지훈 배우는 배우로서도 잘 갖춰져 있다. 배우 마인드라 너무 기뻤다. 주변에서 어떻게 주고받느냐에 따라 영화가 달라질 수 있는데 좋은 에너지로 유해진 배우가 잘 리드를 해주지 않았나 싶다. 저는 두 사람이 더 애틋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한명회를 최대한 잘 그려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 '배우 마인드'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이전부터 주목을 많이 받았다. '왕사남' 전에 '약한영웅'으로 주목받고 떠오르는 대세 배우다. 그러면 작품이 쏟아진다. 그때 휘둘리지 않고 이 역할을 내가 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더라. '내가 이 역할을 해낼 수 있는가'가 중점이 되는 것이 배우 마인드다. 스타 마인드라면 '내가 이 시점에 이런 작품을 해야 해', '이걸 해야 스타성을 유지할 수 있어'라고 한다. 워딩 자체가 다르다. 배우와 연기를 사랑하는 친구라고 느꼈다. 연기를 위해 15kg을 빼고 쪽쪽 말라가는 모습을 내 눈으로 봤다. 진짜 진지하게 연기한다고 느꼈다. 저도 해봤지만 그게 쉽지 않다. 눈앞에 먹을 것이 보이면 손이 간다. 먹고 뛰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걸 참아내는 것이 연기 열정이다."
- 엄흥도(유해진 분)의 아들 태산(김민 분)이 곤장을 맞는 신에서 한명회와 단종이 만날 때 대립하는 감정이 최고조를 찍어야 한다. 그날의 에너지, 온도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악인으로서 응집된 에너지가 그 장면에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저도, 감독님도 심혈을 기울였다. 밀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에서 치열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해서 애정 있게 찍었다. 하극상 장면인데, 왕이 되고 싶어 한 한명회가 인간적으로 낮추고 싶어했을까 싶어서 감정의 층위를 보이고 싶었다. 연출이 굉장히 잘 된 것이 눈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발도 감독님이 하자고 했다. 감독님의 장점이 가장 많이 녹아든 작품이다. 영화 연기에서는 오로지 연기자의 몫이라고 보기 어렵다. 감독 예술이고 감독의 슛이고 감독의 미장센이다. 연기자가 좋아 보였으면 제작진, 감독, 상대 배우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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