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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① "게임 음악을 클래식 무대로"⋯진솔 플래직 대표, 10년의 '뚝심'


국내 넘어 브라질 등 해외 공연도⋯"서브컬처 문화사절단"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스타크래프트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라그나로크, 포켓몬 등 게임 음악과 '디지몬' 등 애니메이션 음악이 클래식 공연장에서 울려퍼진다. 모니터 안에 갇혔던 선율들이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구현되고,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온다. 10년 전 상상했던 꿈은 현실이 됐고, K컬처의 또다른 영역을 구축했다.

플래직(FLASIC)은 지난 2017년 1월 2일, '게임 안에 있는 음악을 무대에 올리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국내 최초의 서브컬처 음악 전문 제작사다.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한 플래직은 단순한 OST 연주회를 넘어 게임 음악을 본격적인 공연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 음악을 지휘하는 것을 넘어 애니메이션 등 다채로운 영역으로 확장되며 서브 컬처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플래직 대표이사 겸 지휘자 진솔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플래직 ]
플래직 대표이사 겸 지휘자 진솔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플래직 ]

플래직을 이끄는 진솔 대표는 클래식 지휘자인 동시에 음악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위원 등 명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 최근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합창단·오케스트라 등 400여명과 함께 말러 교향곡 8번 '천인'을 무대에 올렸다. 오는 10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끝으로 10년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말러 교향곡 전곡을 무대에 올린 '아시아 최초 지휘자'와 '전세계 최연소 여성 지휘자'라는 수식어도 갖게 된다.

이처럼 예술계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진 감독은 "최근에 감독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는데 약간 중장년층에서 불리는 호칭인 것 같아 재미있다"고 웃으며 인터뷰의 문을 열었다. 호칭의 무게가 저마다 다를지언정, 그가 걸어온 길의 본질은 하나다. 클래식 음악의 엄격한 틀을 깨고 그 위에 '서브컬처' '말러 교향곡 지휘'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왔다.

'게임 덕후'였던 클래식 전공자의 도전⋯"우려 속 시작한 플래직"

지금은 주류 문화로 인정받고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게임 음악 전문 지휘자'라는 영역은 낯설었다. 진 대표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고, 전공과 취미를 접목해서 세상에 드러내보는 것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돈이나 이런것을 떠나서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싶었다"고 플래직의 출발을 이야기 했다.

'PC방 세대'였던 그는 스타크래프트 등 게임을 즐기는 게임 덕후였고 만화책, 애니메이션을 탐독하던 학생이었다. 클래식을 공부하고 있던 그의 '취향'에, 기성세대와 부모님이 이를 유해한 문화로 치부하던 시절이었다. 유럽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청년 지휘자 진솔은 세상의 변화를 포착했고, 자신의 전공인 클래식 지휘에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접목했다. 자본을 좇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세상에 드러내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었다.

틀을 깨는 행보에는 차가운 시선도 있었다. 클래식 업계에서는 "굳이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사서 하느냐", "보기에 좋지 않은 비주류 문화를 멀리해야 더 바람직한 음악가가 되지 않겠냐"라는 우려와 핍박도 있었다. 그러나 진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택했다.

플래직 대표이사 겸 지휘자 진솔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플래직 ]
플래직 대표이사 겸 지휘자 진솔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플래직 ]

10년 전 플래직 창업 기념 음악회가 출발이었다. 직접 피아노를 치고, 밤새 악보를 편곡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세상에 플래직의 '공식적인 선언'을 알리는 연주회였다. 그리고 10년, 도전과 개척의 시간이 흘렀다.

플래직은 세종문화회관, 롯데콘서트홀, 경희대 평화의 전당 등 국내 최고의 무대를 섭렵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 라그나로크 디 오케스트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에반게리온 등 유명 게임 IP를 무대로 올렸고, 성공적으로 공연했다.

대중적인 메이저 IP를 넘어 코어 팬덤이 확고한 서브컬처 영역을 개척했다는 자부심도 있다. 작곡 단체가 기획한 '동방프로젝트'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인디게임사 '프로젝트문'의 작품들, 그리고 '명일방주'와 '레이아크'의 게임들이 대표적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 몰라도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폭발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IP들과 깊숙이 협업하며 서브컬처의 문법을 공부해 나갔다.

진 감독은 이제 국내를 넘어 브라질, 태국, 대만 등 전 세계 유저들을 만나는 '문화사절단'으로 거듭났다. 중학생 시절 밤을 새우며 즐기던 게임 음악을 갖고 브라질 무대에 올랐을 때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다. 삼바의 열정을 가진 브라질 관객들은 정숙한 클래식 관람 관행을 깨고, 한 악장이 끝날 때마다 몸을 덩실덩실 흔들며 환호했다. 진 감독은 "유럽에서 정통 클래식을 공부하며 배운 스타일만이 정답이 아니다. 각국의 문화적 아이덴티티에 따라 음악을 즐기는 방식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값진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플래직 대표이사 겸 지휘자 진솔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플래직 ]
플래직 대표이사 겸 지휘자 진솔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플래직 ]

진 감독은 게임 음악 공연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휘자와 경영자 모두 철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순수예술계 일각에서 "게임 문화는 돈을 많이 벌지 않겠냐", "악보대로 연주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쉽게 바라보는 시선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진 감독은 "게임은 아이덴티티마다 세계관과 스토리텔링 방식, 심지어 유저의 성향과 어울리는 공연장 매칭까지 모두 다르다. 지휘자가 직접 밤새워 게임을 플레이하며 그 서사를 체화하지 않으면, 까다로운 유저들을 만족시키는 사운드는 태어날 수 없다. 새로운 예술 장르를 너무 단순하게 일반화하기보다, 대중 예술과 순수 예술이 서로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펼쳤다.

지난 10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진 대표는 "트렌드를 좇은 것이 아니라 온갖 우려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며 피를 쏟아내 얻은 결과물"이라며 지난 날의 치열함을 전했다.

그렇다면 진솔 대표가 내다보는 미래의 공연예술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산업 전반을 대변할 수는 없다면서도, 미래의 공연예술이 '상호교환형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묵직한 통찰을 던졌다.

"이제는 클래식 음악에서도 '함께 하는 융합적인 세계관'을 결코 작게 보지 못할 것 같아요. 이런 공연예술들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게임 음악'이라는 단어로 묶여있을 뿐, 오페라나 뮤지컬과 다르지 않은 종합예술이에요. 게임은 서사, 세계관, 설정이 필요하고 유저가 직접 플레이하고 캐릭터와 소통하는 상호교환형 예술이에요. 게임 자체가 이미 예술인데, 무대 위로 올리는 것은 그 가치가 더블(Double) 된 예술이죠."

진 대표는 "다양한 IP들과 협력해서 국내 공연 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로 가지고 나가서 더 많이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밑그림을 막 그리기 시작했다는 진솔 대표와 플래직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될까.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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