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인류 최고의 서사시'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가 AI 기술의 옷을 입고 재탄생했다. 영화 '오디세이아'의 흥행에 힘입어, EBS는 지난 3월 방송된 'AI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의 '오뒷세이아' 10편을 하나로 묶어 한국어 더빙본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알찬 내용에 완성도 높은 영상은 공개 2주만에 220만명이 시청했다.
이 영상을 제작한 건 EBS AI지식콘텐츠부다. 지난 10개월간 AI과 '공진화'하며 고품격 인문학 콘텐츠를 선보인 AI지식콘텐츠부 오정호 부장에게 AI방송 제작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EBS 오정호 AI지식콘텐츠 부장 [사진=오정호 ]](https://image.inews24.com/v1/fb8ea74595586e.jpg)
요즘 방송 제작에는 AI가 필수다. AI는 복잡한 공정을 획기적으로 압축시켰다.
인력 구성과 역할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AI 제작현장에는 스토리 크리에이터, 연출자, 프로듀서, 감수자라는 4가지 역할이 생겨났다. 기존의 방송작가들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글쓰기에 도전하며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명함을 바꿨고, 연출자들은 프리비주얼부터 원화, 캐릭터 설정, 스토리보드, 음악, 자막 작업까지 전 과정을 혼자서 수행한다.
오 부장은 "AI가 인간의 지시를 이해하고 이행하는 능력이 최근 18개월 사이 3배나 향상됐다"며 "세 배나 말 잘 듣는 동료 PD들이 등장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듀서와 감수자는 원고와 영상 속 각종 오류를 찾아내는 역할을 맡는다.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이 검수와 감수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오 부장은 "'모비딕' 검수할 당시엔 100시간 가량을 투입했다"며 "제작비만 충분하다면, 다양한 전문가를 더 투입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너무 빠른 발전, 변신이나 탈피 가까운 충격"
지난 10개월간, 제작진은 AI와 함께 성장했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고품격 교육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갔다. 하지만 오 부장은 "너무 빠른 속도로 (기술이) 변화했기 때문에 진화를 넘어 '변신'이나 '탈피'에 가까운 충격을 겪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AI로 제작의 효율성은 극대화됐지만, AI 플랫폼 구독료 부담은 커졌다. 제작 초기 버스 요금 수준이던 AI 플랫폼 구독료는 어느새 모범택시 요금까지 치솟았다. 4K 고화질 영상 생성 비용이 세 배 가까이 뛰면서, 원하는 5초 분량의 컷 하나를 얻기 위해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AI는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대안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누구나 연출자가 될 수 있다. 프롬프트 몇 줄로 카메라 감독, CG 감독, 프리비주얼 감독, 스토리보드 작가의 몫을 순식간에 해낼 수 있다.
오 부장은 "AI가 대체하는 기존 인력, 즉 AI 이전의 인간들이 묵묵히 수행해 온 노동에 깊은 고마움과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오늘의 AI 역시 결국 그 인간들의 지식과 축적된 경험으로부터 배운 것이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냉정하게 직시해야 할 점은, 우리가 결코 AI 이전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EBS 오정호 AI지식콘텐츠 부장 [사진=오정호 ]](https://image.inews24.com/v1/70f00eb0ce68f1.jpg)
![EBS 오정호 AI지식콘텐츠 부장 [사진=오정호 ]](https://image.inews24.com/v1/7ffbb4efa7122c.jpg)
◇양질의 콘텐츠는 결국 '기획'…"나만의 '진입장벽' 세워야"
AI 시대지만, 콘텐츠의 성패는 잘 짜여진 '기획'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연출자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에 극사실주의 경쟁이나 자동화 경쟁은 의미가 없다"고 오 부장은 지적했다.
오 부장은 "남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진입장벽이 높은 콘텐츠'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획을 AI 기술로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인간의 고유 업무를 빼앗고 영역을 침범하는 주장은 맞다. 하지만 새롭게 그려지거나 훨씬 굵어지는 인간의 선 또한 존재한다. 달라지는 노동환경에서 새로운 인간의 영역을 찾아내는 노력은 더욱 중요하다."
EBS AI지식콘텐츠부는 현재 역사적 인물을 AI로 되살려 대화를 건네는 'AI 드라마-부활수업'과 일상 속 범용 AI 활용법을 다루는 '처음 배우는 AI' 등을 제작 중이다.
오는 10월에는 역발상 신규 프로젝트 '고전낭독클럽'을 선보인다. AI시대, 오히려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원시적 능력을 조명하는 실험이다. 첫 선정 도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다.
오 부장은 "AI의 등장으로 책을 읽지 않을 핑계가 하나 더 늘어난 시대이기에 역설적으로 이 콘텐츠가 더욱 절실하다"며 "사람들이 한데 모여 돌아가며 소리 내어 책을 읽는 인간 고유의 행위가 어떤 울림을 주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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