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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와 세리' 봉만대 감독 "개의 눈으로 바라보니 사람 더 잘 보였다"


"끝까지 함께 한다는 메시지 좋았다, 그 질문 무겁지 않게 그린 작품"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개의 눈으로 바라보니 오히려 사람이 더 잘 보였어요. 강아지 흉내가 아니라 사랑하고 상처받는 하나의 존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 등을 통해 자신만의 연출 세계를 구축해온 봉만대 감독이 창작뮤지컬 '바둑이와 세리'를 연출한다.

'바둑이와 세리'는 봉천동 강아지 바둑이가 길을 잃은 개포동 강아지 세리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세리에게 첫눈에 반한 바둑이는 친구들과 세리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청계산을 넘고, 유기견 집단과 늑대 등 여러 위기를 만난다.

봉만대 감독 [사진=본인 제공]
봉만대 감독 [사진=본인 제공]

봉 감독이 그리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강아지들의 모험담이 아니다. 제작진은 작품을 통해 상처와 신뢰, 연대와 치유라는 사랑의 여러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2025년 초연에 이어 2026년 재연을 준비하고 있는 봉만대 감독에게 '바둑이와 세리'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음은 봉만대 감독의 일문일답.

Q. 영화감독 봉만대가 ‘바둑이와 세리’라는 뮤지컬을 연출한다는 조합부터 흥미롭습니다. 처음 작품을 만났을 때 무엇에 끌렸습니까?

처음에는 저 역시 강아지들의 재미있는 모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까 결국 사람 이야기더라고요.

사랑하고 질투하고 두려워하고, 친구 때문에 자기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선택을 합니다. 강아지에게 사람의 감정을 억지로 입힌다기보다 우리가 가진 가장 본능적인 감정을 개들의 세계를 통해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끝까지 함께한다’는 메시지가 좋았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정말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것은 쉽지 않잖아요. 그 질문을 무겁지 않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작품은 바둑이를 ‘생존 중심의 존재’, 세리를 ‘사랑에 기대어 살아온 존재’로 설정합니다. 두 캐릭터의 대비를 어떻게 바라봤나요?

굉장히 중요한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둑이는 살아남는 방법부터 배운 존재이고 세리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에 익숙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부터 다를 수밖에 없죠.

그런 두 존재가 만났기 때문에 서로에게 없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둑이는 세리를 통해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세리 역시 바둑이와 친구들과의 여정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관계를 경험합니다.

결국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만나 서로를 변화시키는 이야기라고 봤습니다. 작품소개서 역시 이들의 여정을 통해 본능과 감정 사이의 균열과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것을 기획의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Q. 주인공이 모두 개라는 점도 연출자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었을 것 같습니다.

제일 경계했던 것이 ‘개 흉내 내기’였습니다. 배우들이 계속 네 발로 다니거나 강아지 행동을 과장하면 처음에는 재미있겠지만 금방 한계가 옵니다. 관객이 85분 동안 보고 싶은 것은 강아지 흉내가 아니라 바둑이와 세리의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개의 습성이나 본능적인 반응은 가져오되 결국 하나의 인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어느 순간 관객이 ‘저 배우가 개를 연기하고 있네’라는 생각을 잊고 “바둑이 어떡하지?”, “세리가 무사했으면 좋겠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그게 연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Q. 그렇다면 왜 굳이 ‘개의 시선’이어야 했을까요?

사람 이야기를 사람이 하면 관객이 미리 판단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개의 눈으로 인간세상을 바라보면 조금 다른 거리가 생겨요.

개들은 사랑하고 질투하고 겁먹으면서도 친구를 위해 위험을 감수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우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잊고 있던 감정이 보이기도 합니다.

개의 눈으로 바라보니까 오히려 사람이 더 잘 보이는 거죠. 작품 역시 버려짐과 상처, 사랑과 책임을 무겁게 가르치기보다 개의 시선과 유머를 통해 “우리는 정말 끝까지 함께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합니다.

Q. 청계산을 넘는 과정에서 군견, 유기견 집단, 늑대까지 등장합니다. 이 모험은 어떤 의미입니까?

청계산은 단순히 A에서 B로 이동하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산을 넘기 전의 바둑이와 넘은 뒤의 바둑이는 달라야 합니다.

군견을 만나고, 버려진 개들을 만나고, 자기보다 훨씬 강한 늑대 앞에서 죽음의 공포까지 경험합니다. 그 과정에서 바둑이는 계속 선택해야 합니다. 도망갈 것인지, 친구와 함께할 것인지. 결국 청계산은 바둑이가 사랑과 책임을 배우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영화와 무대는 연출 문법이 상당히 다릅니다. 영화감독으로서 뮤지컬을 연출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영화는 카메라가 관객의 시선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클로즈업을 하면 표정을 보게 만들 수 있고 편집을 통해 시간과 공간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죠.

그런데 무대에서는 관객이 어디를 볼지 제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배우의 움직임과 조명, 음악, 공간 전체를 이용해 관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동시켜야 합니다.

반대로 그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영화는 촬영이 끝나면 장면이 고정되지만 공연은 매일 살아 움직입니다. 배우와 관객의 호흡에 따라 같은 장면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Q. 2025년 초연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재연에서는 무엇을 가장 보완하고 싶었습니까?

초연은 작품이 실제 관객과 처음 만나는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연습실에서 생각했던 것과 관객 앞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다를 수 있거든요. 어디에서 웃고, 어디에서 집중하고, 어느 순간 감정이 움직이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연에서는 이야기의 핵심을 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더 재미있게, 감정이 필요한 순간에는 충분히 머물 수 있도록 전체적인 호흡을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소개서에 따르면 2025년 초연은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총 14회 공연됐으며 좌석점유율 80%를 기록했다.

Q. 올해는 신성하와 허찬이 바둑이, 여정윤과 배다빈이 세리를 연기합니다. 더블캐스팅의 재미는 무엇일까요?

배우가 달라지면 같은 대사도 달라집니다. 바둑이가 반드시 한 가지 성격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배우는 장난기가 더 강할 수 있고, 어떤 배우는 바둑이의 순수함이나 진심이 먼저 보일 수도 있죠.

세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연출자로서는 배우의 개성을 없애고 하나의 정답에 맞추기보다 작품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각자가 가진 장점을 캐릭터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26년 공연에는 신성하·허찬이 바둑이, 여정윤·배다빈이 세리 역에 각각 캐스팅돼 있다.

Q. 작품의 핵심 단어 가운데 ‘책임’이 눈에 띕니다. 사랑과 책임은 어떤 관계라고 생각합니까?

사랑이 감정이라면 책임은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지만 그 존재와 끝까지 함께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잖아요.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는 더 분명합니다. 귀여워서 데려오는 순간만 사랑이 아니라 아프고 늙어가는 시간까지 함께하는 것이니까요. 바둑이 역시 처음에는 세리가 좋아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위험을 겪으면서 그 감정이 행동과 책임으로 바뀝니다. 저는 그 변화가 작품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공연과 함께 ‘끝까지함개’ 캠페인도 진행됩니다. 공연이 사회적 메시지까지 확장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공연이 세상을 단번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생각을 조금 움직일 수는 있다고 봅니다.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가면서 자신의 반려동물을 한 번 더 바라본다거나, 유기견 입양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거나, ‘나는 이 생명과 끝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함개’ 역시 그런 작은 변화들이 이어지는 캠페인이 됐으면 합니다. 제작진은 이 캠페인을 동물보호단체·보호소·수의사·펫브랜드 등과 연계해 유기동물 인식개선과 책임 있는 반려문화, 입양문화 확산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입니다.

Q. 봉만대 감독이 생각하는 ‘바둑이와 세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웃으면서 따라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내 곁의 존재를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무거운 마음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바둑이 때문에 웃고, 친구들의 좌충우돌을 즐기고, 모험을 같이 따라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극장을 나설 때 아주 조금이라도 따뜻한 것이 마음에 남았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바둑이와 세리’는 거창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겁도 나고 실수도 하고 때로는 도망가고 싶은 평범한 존재들이 그래도 친구 때문에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관객 여러분께서 많이 웃으시고 바둑이와 세리의 청계산 여행을 함께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났을 때 작품이 던지는 한 가지 질문을 가지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존재와 끝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질문 하나가 남는다면 ‘바둑이와 세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바둑이와 세리'는 10월 1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보라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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