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2025년에도 영화계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영화계 위기'라는 말이 계속 거론될 정도로 큰 성과는 고사하고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전 세계의 호평을 받으며 영화 존재 이유를 입증했고, 조정석이 주연을 맡은 '좀비딸'이 56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 자존심을 지켰다. 연상호 감독의 '얼굴'은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음에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영화계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 박찬욱과 이병헌의 저력,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인 '어쩔수가없다'는 설문 조사 결과 23표를 얻어 올해 최고의 영화 1위를 차지했다. 지난 9월 24일 개봉된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이 20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자 손예진의 7년 만 영화 복귀작으로 주목받은 '어쩔수가없다'는 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을 시작으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개봉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또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국제 관객상, 시체스영화제에서 감독상, 뉴포트비치 필름 페스티벌에서 박찬욱 감독이 글로벌 임팩트상(Global Impact Award), 이병헌이 아티스트 오브 디스팅션상(Artist of Distinction Award)을 수상하는 등 눈부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원작 소설에 매료된 박찬욱 감독이 오랜 시간 꼭 만들고 싶어 했던 작품. 제지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이들이 해고를 마주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상황을 통해 씁쓸함을 안긴다. 무겁고 어두운 소재이지만, 박찬욱 감독 특유의 유머를 담은 블랙 코미디로 다양한 해석과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선 300만 명에 가까운 스코어를 기록했다.
◇ 현빈의 안중근, 묵직한 진심 '하얼빈'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현빈이 주연을 맡은 '하얼빈'은 16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지난 12월 24일 개봉된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압도적 스케일의 글로벌 로케이션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우민호 감독의 시선으로 풀어낸 독립군들의 목숨을 건 여정을 담아냈다.
안중근 역의 현빈을 비롯해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 등 탄탄한 조합의 배우들이 완벽한 연기 호흡을 통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독립군들의 투지와 의지를 전했다. 안중근이라는 큰 의미를 가진 인물을 연기함에 있어 부담이 컸던 현빈은 더욱 열의를 가지고 작품에 임했고, 이는 러닝타임 곳곳에 묻어나 더욱 뭉클함을 더한다.
현빈뿐만 아니라 박정민, 조우진, 이동욱 등의 열연도 빛났다. 이에 힘입어 '하얼빈'은 누적 관객수 491만 명을 기록하며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겼다.
◇ 여름의 남자, 조정석이 이끈 '좀비딸'

배우 조정석이 '여름의 남자' 수식어를 재입증한 영화 '좀비딸'은 설문 결과 14표를 얻으며 3위를 차지했다.
지난 7월 30일 개봉된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 수아(최유리 분)를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 정환(조정석 분)의 코믹 드라마로,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인질', '운수 오진 날' 등으로 흡입력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 필감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원작과의 높은 싱크로율과 기발한 상상력을 담아냈다.
'엑시트', '파일럿'에 이어 또다시 여름 극장가에 세 글자 영화 '좀비딸'로 돌아온 조정석은 '흥행의 정석', '여름의 남자' 수식어를 스스로 입증하며 놀라운 흥행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최유리가 완벽한 앙상블을 형성하며 코믹 파워를 과시했다. 이에 극장가엔 훈풍이 불었다. "가족이 함께 봐도 좋은 코믹 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누적 관객수 563만 명을 기록하며 올해 한국 영화 최고 성적을 얻었다.
이 외에 유해진, 강하늘, 박해준 주연의 '야당'은 10표를 받아 4위, 김고은과 노상현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8표로 5위를 차지했다. 이어 '하이파이브'(5표), '얼굴'(4표), '보통의 가족'(3표), '청설'(3표), '승부'(3표), '파과'(2표)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9표를 받았고, '84제곱미터'와 '장손', '보스', '히든페이스', '검은 수녀들' 등이 거론됐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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